추수秋收철 농부들은 가을에 여문 작물을 거둬들이고 저마다 밭을 갈무리 할 준비에 분주합니다. 한 해동안 기른 작물은 결실을 맺어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고, 수확이 끝난 땅에는 작물이 자라날 수 있도록 고랑을 파고 흙을 덮어주며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옛날에 가을걷이를 할 때면 집마다 고사를 올려 새해의 풍년을 기원했대요.
11월, 벌써 한 해도 여물어갑니다. 여러분의 대지에는 한 해 동안 어떤 것이 심겨 있었나요? 작물을 거두어 들이는 시기와 방법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각자만의 방식으로 거두어들이는 모습은 어떨지도 궁금해집니다.
파아프 뉴스레터를 읽는 분들의 가을걷이가 잘 마무리 되기를 그리고 여러분의 대지에 평안과 안녕이 깃들기를 바라며 11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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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의 기원
템페는 콩을 바나나 잎으로 감싸 두었던 것을 방치했다가 발효가 되어 만들어졌다는 기원과 중국인들의 이주를 통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두부 제조 방법이 소개되었는데, 이때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연히 콩을 방치했던 것이 발효가 되어 템페가 만들어졌다는 기원이 있습니다. 두 가지 기원의 공통점은 발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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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프 세미 서클 네번째 활동으로 큔과 함께 우보농장에서 벼베기를, 다섯번째 활동으로는 봉금의 뜰에서 토종생강과 콩수확을 돕고 왔습니다. 한창 수확 시기라 일손이 많이 필요해 이번에는 두 곳에 다녀왔어요. 서리가 내리기 전에 김장 재료에 쓰이는 배추나 무를 뺀 작물을 갈무리 해야 하는데요, 우보농장에서는 낫으로 슥슥 벼를 베며 몸으로 계절을 감각해보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는 가을을 떠올리면 단풍, 낙엽 외에도 각자의 색으로 물든 벼가 그려질 것 같아요. 다음으로 간 봉금의 뜰에서는 토종 생강을 캐서 다듬고, 작물 수확이 끝난 밭을 다른 밭으로 만들기 위해 괭이로 갈아 도랑을 만들고, 콩 수확을 돕고 왔어요. 도시에서 살고 있는 저는 농사일을 도우면서 연결되는 관계와 경험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이 땅에서 발 딛고 살아가는 감각을 다시 한번 일깨우게 됩니다.
🌀파아프 세미 서클은 "순환"이라는 단어에 집중합니다. 지속가능한 땅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농업이 있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먹거리가 있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원의 모양인 세미(semi)가 순환(circle)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파아프만의 방식으로 지속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파아프는 순환(circle)이라는 고리가 조금은 연결될 수 있도록 작지만 꾸준한 활동을 해나가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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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문학_옹기 Onggi
새로운 관점으로 일상에서 발효를 감각할 수 있는 글, 이미지를 옹기에 모으고 묵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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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 체계를 벗어나서 발효와 부패라는 현상을 바라봅니다. 발효는 먹을 수 있는 무엇, 부패는 먹지 못하는 무엇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발효와 부패 사이의 거리는 매우 멀게 느껴지지만 사실 발효와 부패는 납작하게 붙어있으며 자연 안에서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땅 위에 수북이 쌓인 나뭇잎 위에 있는 비와 눈, 생명의 지속과 번영을 위해 뿌려지고 떨어지고 먹히는 열매와 씨앗들, 동물의 사체와 분비물 등은 땅과 공기에 노출되어 미생물과 균 그리고 곰팡이에 의해 발효/부패가 진행되어 땅이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의 상태로 변용됩니다.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다시 숲은 살아가게 되고, 동물의 먹이가 되고 배설로 인해 다시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립니다. 결국 발효와 부패는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하며 굴러가는 순환의 시간. 죽음 없는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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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랩실에서 발효를 할 때는 혼자하기 보다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확인하고 돌봐줍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들여다봐주고 온도를 확인하며 눈으로 살펴봐야 하는데, 그럴 때 가끔 잘 보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들때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고 온도가 바뀌면서 발효되는 중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발효실 문을 열어 보고 있는 것은 사실 극히 일부 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문장에 깊게 밑줄을 긋습니다. 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걸까요? 무언가를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에 대해서 알려고 노력해야 조금은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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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추장,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고추장을 내 손으로 만들어본다는 건 엄두가 잘 안 나는 일이었어요.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지고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으니 더더욱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요.
마하키친 신소영 쉐프님은 스페인에 머물렀을 때 외국 레스토랑에서 고추장을 레시피에 응용해서 사용하는걸 보고 고추장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셨다고해요. 집에서는 만들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보니 어머니도 고추장을 만들고 계셔서 같이 담아보면서 배워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발효워크숍에서는 고추장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집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드는 법을 함께 해봤습니다. 처음이니 어렵게 접근하기보다 다가가기 쉬운 방식으로 발효를 경험하면 좋을것 같아서 홍천 구만리 콩마을의 고추장 키트를 사용했어요. 토종 고추인 사근초 고춧가루와 사과즙, 쌀 조청이 들어가는 조청고추장을 만들었습니다. 재료를 한데 섞고 저어주니 금세 되직한 고추장이 되는 게 신기했어요.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원하는 재료, 집에 있는 재료로 나만의 고추장을 만들 수 있으니 무슨 재료로 만들어볼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얼른 집에서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식사는 템페 볶음 고추장을 넣은 토종 쌀 주먹밥, 고추장 알리올리 소스를 얹은 고구마 떡꼬치, 고추장 드레싱으로 만든 통곡물 샐러드, 바우새 된장국까지 더해 고추장을 활용한 풍성한 가을 한 끼를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집에서 고추장을 만들어볼 생각에 설레고 요리에 어떻게 응용해볼까 하는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던 수업이었습니다.
진행. 마하키친 신소영 @maja_kitchen
장소. 파아프랩 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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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하나 둘 들고 있는 남산 국립극장에서 마르쉐 채소시장이 열렸습니다. 파아프는 템페와 콤부차를 들고 출점했어요. 야외 무대에서는 아트 인 마르쉐 공연이 열려 살랑살랑 들려오는 음악과 함께 계절을 담은 작물과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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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 파아프랩에서 열리는 작지만 알찬 시장, 마르쉐 작은시장은 '식사食事'를 테마로 매월 세번째 일요일에 열립니다. 제철의 농산물과 소규모 작업자들이 만드는 다양한 먹거리로 구성되며 시장 한켠에서는 매달 다른 요리사가 템페를 활용해서 플레이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식사는 베지앙 @vegeang_vegan 이 스무가지가 넘는 채소와 향신료로 깊은 맛을 낸 육수와 태국식 소스로 졸인 템페가 잘 어우러지는 템페 쌀국수, 생강향이 템페에 향긋하게 맴도는 템페진저휘낭시에, 과일 쇼트 케이크를 준비해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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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없이 용기에 원하는만큼 템페와 콤부차를 담아가는 <템페 정육점>이 지난 토요일 알맹상점 망원에서 열렸습니다.매력적인 알맹이들이 가득한 알맹상점 한 켠에 템페와 콤부차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손님들이 용기를 가져와주시면 ‘템페는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콤부차는 얼만큼 따라드릴까요?’ 묻고 용기에 차곡차곡 담아 건네드립니다. 포장재에 감싸져 있지 않아 화려하지 않아도 버려지는 것을 줄일 수 있기에, 용기에 담긴 생템페와 콤부차를 드시며 조금의 뿌듯함도 함께 느끼시기를 작게나마 바래봅니다.
생템페를 맛보기 위해 멀리서 오신 분, 재사용할 수 있게 보냉재를 씻고 말려 챙겨와주신 분, 불편하고 귀찮아도 용기를 들고 이곳까지 발걸음 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수고로움을 나누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템페 정육점>이 마쳐갈 때쯤 옆 동네에서 불꽃축제가 열렸습니다. 다음날 뉴스기사에 불꽃축제에서 50톤의 쓰레기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많은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알맹상점에서 우리가 줄인 쓰레기의 양은 작지만 누군가가 들인 작은 수고가 언젠가는 또 다른 곳에 닿아 순환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보며 다음 <템페 정육점> 팝업을 좀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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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요리에 템페를 더하세요
템페를 다양하게 활용해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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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템페 150g 다크초콜렛 커버춰 200g 버터 30g 견과류 견과일 120g 코코넛 슬라이스 30g
[프랩하기]
1. 템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2.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템페를 굽는다.
3. 버터와 초콜렛 커버춰를 함께 넣고 중탕으로 녹인다.
4. 견과류, 견과일은 굵게 다진다.
[조리하기]
1. 용기에 종이 호일을 깔고 견과류와 견과일을 넣는다.
2. 그 위에 중탕한 초콜렛 3/4 분량을 넣고 골고루 편다.
3. 초콜렛 위에 구운 템페를 나란히 올리고 남은 초콜렛을 골고루 뿌린다.
4. 윗면에 코코넛 슬라이스를 뿌린 후 냉장 보관 해 굳혀준다. (1시간 이상)
5. 단단하게 굳으면 2~3cm 두께로 썰어 완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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