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균이라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함께 작동합니다. 인간, 동물, 자연, 사물과 관계를 맺듯이 발효를 하면서도 균과 관계를 맺어갑니다.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돌보며 관계를 맺는 동안 삶의 변화가 생깁니다. 균을 다루고 알아가는 과정은 삶을 ‘나’라는 존재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나가 커다란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해주었습니다. 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존재이지만, 동・식물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반응을 매개해 줌으로써 생태계를 유지시켜줍니다. 쓰레기를 분해하고, 물을 정화하고 질병을 치료해 주며 살아가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순환을 도와줍니다.
매번 돌아오는 계절은, 해가 바뀌는 동안 그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예정보다 꽃이 빨리 피고 미세먼지로 바깥에 돌아다니는 일이 꺼려지곤 합니다. 그럼에도 절기에 맞춰 달라지는 풍경을 보면 자연이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구나 하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곡우에 깨어나기’라는 제목으로 김복희 시인이 보내온 발효문학 옹기는 당연히 여기는 계절의 순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벼운 봄비가 내린 곡우穀雨에 파아프 세미 서클 활동으로 봉금의 뜰 김현숙 농부님과 함께 일손을 돕고 온 이야기를 이번 레터에 담았습니다. 파아프 발효레터는 입하立夏 즈음 발송되겠네요. 발효레터와 함께 싱그러운 여름의 문을 활짝 열기를 바랍니다. |
|
|
요즘 나는 계절을 잘 모르겠다. ‘계절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한 팔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더울 때 더운 줄 모르고 추울 때 추운 줄 모르고 사는 이, 먹고 싶은 과일이나 작물을 사시사철 아무 때나 관계없이 먹는 이 등등, 계절은 순리대로 흐르지만 순리와 관계없이 원하는 생활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이, 즉 원래 계절 모르고 산다는 건 인간이 누리는 일종의 특권을 뜻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계절을 모르고 사는 까닭은, 내가 계절을 모를 특권을 누리는 인간이어서는 아니다. 인간 종의 일원으로서 나 역시, 인간들 모두가 자연을 모르고 살려했던 특권을 원했던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 뒤죽박죽 계절을 겪는 생활로 말이다. 더워지려나 하면 춥고, 추워야 하는데 갑자기 덥다. 꽃들이 계절을 모르고 기온에 반응해 일제히 핀다. 하지만 벌도 나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구구절절 다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모를 계절을 겪으며 해내는 생활이 어렵고 힘들다. 계절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계절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사는 생활이 과연 가능한가 싶을 정도다.
특히 작물을 가꾸는 사람이나 바다에 나가는 사람 등 자연에서 먹을 것을 양식하고 수확하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이유로 계절과 날씨를 살필 것이다. 때에 맞춰 자연이 인간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줄 수 있다는 것에서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느낀다. 수확 이후 그 땅과 바다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연과 인간을 위한 준비와 대비가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그것을 위해 애써왔다는 사실을 새삼 알고 싶을 때 절기를 찾아본다.
이를테면 봄에 관련한 절기들이 있다.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 얼음이 녹기도 전에 봄으로 한 발 들어서고, 마침내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겨울잠에서 벌레와 개구리가 깨어나고, 드디어 낮이 12시간 이상 되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 보름 단위로 이 절기들을 헤아리며 자연의 질서 속으로 들어가기를 인간이 얼마나 염원해 왔나. 자연이라는 질서 속에 온전히 포함되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는지,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었던지. 계절 모르고 사는 것이 특권이 아닌 것이다.
곡우 즈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곡식을 깨우는 비는 이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것이구나 싶었다. 곡우 즈음 봄비가 내려야 온갖 곡식이 마침내 기름지게 익을 준비가 되므로, 모두 깨어난다고들 하는데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보다 더 늦게 곡식이 깨어난다는 게 귀엽게 느껴졌다. 곡우에 나는 일회용 우산을 구입하지 않았다. 작게 맺힌 빗방울을 털어내며 나도 비로소 깨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발효문학 옹기
글과 이미지를 옹기에 모으고 묵힙니다. 옹기 안에서 서로 뭉치고 섞여 발효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퍼지고, 언어를 표현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문학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발효를 감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복희 시인 소개 @molamola_me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더 잘 보고 잘 들으려 궁리합니다.
그 궁리 중 하나로, 시를 쓰고 싶은 분들께,
아주 작은,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쓰고 시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도에서 태어나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가 있고 산문집으로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가 있다.
|
|
|
5월 발효키워드 '순환'에 맞춘 퍼멘테이션 플레이리스트. 유튜브와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발효문학 옹기 <곡우에 깨어나기>를 읽으며 들어보세요. |
|
|
파아프 퍼멘트 타파스 바 팝업 종료 2023.3.10 - 2023.4.28
성수 파아프랩에서 열린 퍼멘트 타파스 바는 두 달간 진행한 팝업을 종료하고 잘 마무리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관심과 사랑으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예약이 풀이라 오시지 못한 분들, 워크인으로 오셔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파아프는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새롭게 공간 오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새로운 공간을 꾸리는 과정에서 힘들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번 타파스 바를 파아프 팀원들과 함께 운영하면서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긴 것 같습니다. 팝업에서 미처 보여 드리지 못한 더 다양하고 맛있는 발효 음식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파아프 제주 소식은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
|
|
🌀파아프 세미 서클 PaAp SeMi CiRcLe
음식을 먹는 일에는 많은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땅을 순환시키는 미생물,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재료를 운송하고, 소비하고, 버려지는 하나의 체계를 거쳐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옵니다. 모든 자연과 세계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생태계로부터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파아프 세미서클은 템페 발효에서부터 시작한 발효가 가진 “순환"에 집중합니다. 반원(Semi)의 모양이 순환(Circle)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파아프만의 방식으로 지속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2021년 ‘콩 심은데 콩'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콩 농사를 짓고 수확했으나 더이상 농사를 지속하기 어려워져 2022년, 농업과 농부님을 지지하고 곁에 있을 수 있는 방안으로 파아프 세미 서클을 기획했습니다. 세미 서클원을 모집하여 1년 동안 일손이 필요한 농부님을 찾아가 함께 했습니다.
파아프 세미 서클 🌀 안녕하세요 🧤는 파아프가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기 전에, 지난해 세미 서클로 일손을 도왔던 농부님을 다시 만나 한 해 동안 무탈했는지 인사하고 일손을 돕습니다. 단발성의 관계가 아닌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언제든 손을 뻗으면 보탤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느슨하고 단단하게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순환 #지속하는 #파아프 #파아프템페 #발효
|
|
|
파아프 세미 서클 🌀 안녕하세요 🧤
봉금의 뜰, 김현숙 농부님과 함께 |
|
|
양평 봉금의 뜰을 찾은 날은 곡우穀雨가 시작되어 가느다란 비가 내리다 말다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김현숙 농부님은 지난번보다 더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언제나 그렇듯 환하게 맞아주셨어요. 작년에 세미 서클 활동으로 콩을 수확했던 콩밭은 계절을 한 바퀴 돌고, 콩의 양분을 머금어 다른 밭으로 바뀔 준비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여름에 열매를 맺는 넝쿨 식물들이 잘 자라도록 지지대를 심고 바로 옆 밭에는 고추와 마늘을 심기 위해 두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
|
|
넓은 밭에 단단한 흙을 괭이질 해가며 부드럽게 만들고 흙을 쌓아주었는데,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손이 하나 둘 씩 모이니 금세 두둑이 만들어지고 작물을 심을 수 있는 밭이 되었습니다. 기계로 하면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손으로 할수 있는 만큼만 땅을 파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몸은 조금 힘들지만 내가 살아가는 땅에 도움이 된다니 기쁘게 괭이질을 할수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는 김현숙 농부님의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함께 한 서클원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농부님이 차려준 음식과 서클원들이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농부님이 만든 샐러드에는 그날 딴 가지각색의 풀이 있었는데 하나씩 어떤 풀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식탁에 오는 것들을 내 손으로 기르는 일에 작게나마 동참하고, 농부님이 밭을 만들어 가는 일에 손을 보태며 이 땅에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
|
파아프 여섯번째 세미 서클은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피커(thepicker)와 함께 우보농장에 ‘손모내기’하러 갑니다. 신청은 아래 링크 통해 가능합니다. 신청은 5월 14일까지 받습니다. |
|
|
2022년 시작한 파아프 템페정육점은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고 유통하며 생기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여 <템페정육점> 컨셉으로 커다란 덩어리의 생템페를 잘라서 판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발효를 마친 생템페를 포장재없이 원하는만큼, 원하는 모양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안 쓰는 보냉재가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파아프에서 재사용합니다. 용기 들고 생템페 맛보러 오세요. 🌟 |
|
|
🏃♂️불러줘!템페 x 1.5도씨
서울 관악구 조원로18길 15 1층 103호
11:00-18:00 |
|
|
이미지를 클릭하면 자세한 내용을 볼수 있습니다. |
|
|
|